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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독서로 '변신(變身)'중

젊은일꾼 2016. 10. 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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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독서로 '변신(變身)'중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게 할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사실 업무상 통화나 사적 통화처럼 기본적인 기능에서부터 사소한 정보 검색, 커뮤니티, 음악 강상까지

매 순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생활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그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일정부분 놓게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보다 어릴 때 아들의 손에는 그림책이나 장난감이 들려 있었고,

하찮은 막대기 하나만 집어 들어도 그의 의식 세계 속에서는 비행기도 되고 칼이 되었다가

마법사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변신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여 있는 스마트폰은 게임기와 만화 혹은 TV를 대체하고 있는

웹툰 보기가 그 역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대신 시작한 아들과의 독서노트

 

 

 

고민하고 있던 중 문득 독서노트를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곧 중학생이 되고 학업을 핑계로

다양한 책읽기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아들에게 제안을 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한 편씩 쓸 때마다 만원씩 주겠노라고.

 

그래서 100만원을 모을 수 있을 테고,

노트북 사는데 부족한 몇 십만 원 정도의 금액은 내가 더 채워주겠노라고.

 

잠시 망설이던 아들은 두껍고 활자만 가득 있는 어려운 책이 아니어도 좋고,

학습만화 책이나 얇은 책이라도 상관없으며,

독후감은 길게 쓰지 않아도 진정성만 담겨 있으면 상관없다는 나의 부연설명이 있은 후에야

해보겠노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게 아들과 나의 독서노트는 시작되었다.

 

아들이 한 편의 독후감을 쓰면 맞춤법이라든지 그 책을 읽은 후 아들의 감상에 대해

내 코멘트를 적는 것으로 한 장 한 장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등대지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과 같은 얇고 그림이 제법 들어가 있는 책이거나

'지킬박사와 하이드', '노인과 바다' 등 자신이 전에 읽었던 책들을 위주로

한 짧고 간결한 독후감이 전부였다.

 

그래도 아들의 의식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

 나도 나름대로 성심껏 아들의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독서노트가 채워지기를 몇 차례,

어느 날 아들이 들고 온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읽기에는 좀 부담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어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꽤나 간단명료했다.

 

"제목이 재미있어서요..."

 

 

흔히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변신'은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이 상대편 쪽으로 전향해서

권력의 한자리를 차지하거나 조직 내에서 생족과 여타 결과물들을 얻기 위해

자신의 그동안의 성향을 바꿔 변화를 꾀하는 것을 일컫지 않았던가?

 

흔히들 말하는 '변신의 귀재'라는 말을 써가면서...

 

하지만 아들은 '트랜스포머' 같은 변신 로봇이나 '아이언맨'이나 '수퍼맨' 같은

변신 캐릭터들을 연상하는 모양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변신』에 대한 아들의 독후감은 꽤나 괜찮았다.

 

 

 

 

독서를 통해 살가워진 부자지간은 덤

 

 

 

"...주인공은 아무래도 적응하기 힘들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버린 것 같다.

그래서 벌레로 변한 것은 신체가 아닌 부담의 슬픈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원효대사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를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은 나를 슈퍼맨으로 만들 수 있지만, 허약한 벌레로도 만들 수 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정말 어려운 듯 했지만, 그만큼 작가의 의도까지 알아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들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의식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까지도 이끌어 내는 모양이다.

 

아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서울과 부산으로 이어진 며칠간의 출장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밤 운전을 하면서 속초로 내려오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힘들게 일하시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사랑해요."

 

 

힘들게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지지해 주는 아들의 고운 멘트를 듣고 있는데.

 

 

 

글 ㅣ 전형배

 

 

 

- 2015. 07 ㅣ Vol. 14 상상공감 카페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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